태극권(泰極拳)은 각종 기법의 변화를 음양(陰陽)과 허실(虛實)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동작에 있어서는 개와 합(開合), 원과 방(圓方), 권과 방(捲放), 경과 침(輕沈), 유와 강(柔剛), 만과 쾌(慢快)를 주체로 한다.

각 신법의 배합도 지극히 합리적으로 되어 있으며 각 동작은 좌우(左右), 상하(上下), 안팎(內外), 대소(大小), 진퇴(進退)가 섞여 있어 통일된 조화를 이룬다. 타 무술을 수련하는 사람도 태극권의 원리를 연구한다면 자신의 기법 발전에 많은 변화를 얻어낼 수 있다.

태극권이 외형상으로 독특한 형태를 갖추는 이유는 내공(內功)의 기초 위에 외공(外功)을 첨가하기 때문이며 수련을 할 때는 의식을 집중하여 기법을 연마할 뿐 강제적인 힘을 쓰지 않는다.

이것을 태극권의 의기운동(意氣運動)이라 한다.

태극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수련하는 이유는 속도, 힘의 이동, 강유의 변화, 경력(勁力)의 연결을 위함이며 의식을 흩뜨리지 않아 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진식태극권의 대표적인 특징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대뇌 지배하의 의기(意氣) 운동
  태극권은 내가권이다. 태극권을 수련할 때는 근육에 의지하는 경직된 힘(拙力)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기 또는 내공을 이끌기 위해 의식(意識; 정신, 마음)을 사용한다.

권보에 있는 `이심행기(以心行氣)', `이기운신(以氣運身)', `심위령(心爲令)', `전신의재신(全身意在神)' 등의 표현이 이것을 의미한다.

수련자의 의식이 주인이 되고, 이 의식이 기를 행하고, 이 기가 몸을 움직이게 된다.
이 때 `기'는 일종의 `내기(內氣)'를 의미한다. 태극권에서는 기로써 몸을 움직이지만, 수련할 때는 기의 운행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고 올바른 동작에 집중하도록 요구한다.

올바른 동작을 통해 자연스럽게 올바른 기의 흐름을 인도하는 것이 태극권에서 추구하는 방향이다.
이 점이 태극권과 일반 `기공(氣功)'과의 차이점이며, `기'에 집착함으로써 수련자에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면서도 기공 수련과 유사한 효과를 얻게 해 준다.

태극권을 수련할 때 동작 하나하나는 수련자의 의식에 의해 면밀히 조절되므로, 밖으로 드러나는 동작을 보면 마치 일종의 `의식 체조'처럼 보이게 된다.

올바른 동작은 인체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부합하며, 이 흐름은 음양의 법칙과 일치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동정(動靜), 허실(虛實), 강유(剛柔), 개합(開合), 쾌만(快慢) 등이 존재하게 된다.

일반인들은 기타 운동이나 일상 생활의 경험을 통해 근육에 의지하는 힘(졸력)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진 경우가 많다.

따라서 태극권을 배울 때 이 졸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힘을 빼는 것(放 )부터 익히게 된다. 신체의 굳은 힘이 빠지고, 의식의 주도하에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면 그 때부터 태극권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아래의 7가지 특징은 상술한 첫 번째 특징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것들이다.


2. 신체의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탄성(彈性) 운동
  태극권을 수련할 때는 먼저 신체를 이완시키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태극권에서의 이완은 모든 힘을 빼고 축 늘어진 모습의 맥빠진 이완이 아니다.

첫 번째 특징에서 언급한 것처럼 신체의 움직임은 의식이 주도하는데, 이 의식의 명령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응답하려면 신체는 올바른 대기 상태에 있어야 한다.

태극권에서의 `이완'은 이렇게 불필요한 힘을 빼면서도 언제든지 의식의 부름에 답할 수 있는 상태, 곧 영활(靈活)한 상태의 이완이다.

권보에 있는 `허령정경 기침단전(虛領頂勁 氣沈丹田)', `함흉발배 침견추주(含胸拔背 沈肩墜 )', `송요원당 개과굴슬( 腰圓 開 屈膝)', `신취기렴 신수방장(神聚氣斂 身手放長)' 등의 표현이 이러한 올바른 이완 상태를 의미한다.

머리를 포함한 신체의 불필요한 힘을 빼어 자연스럽게 이완시키고 호흡도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리며, 등을 자연스럽게 넓게 펴서 앞가슴이 나오지 아니하며, 어깨와 팔꿈치를 이완시켜 들뜨지 않게 하며, 무릎을 굽히고 과( ; 골반과 대퇴부 사이의 관절)를 열어 가랑이 사이를 둥글게 하고 허리를 이완시킨다. 이렇듯 신체는 모두 올바르게 이완시키며 동시에 정신을 모아 기를 거두어들인다.

올바른 이완 상태가 몸에 익숙해지면, 몸에 필요없는 힘들이 빠져서 전신의 기가 원활히 순행하며, 언제든지 외부의 자극이나 내부 의식의 명령에 반응할 수 있는 영활한 상태가 유지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의식을 집중하여 기가 손발을 통해 흐르게 되면, 그 때 얻는 힘을 경이라 한다.

발경은 몸 전체가 함께 동작하여 이루어지며, 자연스러운 탄력성을 지니게 된다. 태극권을 수련하면 이렇게 몸의 긴장을 풀어줌으로써 발경을 하게 되므로,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할 수 있게 된다.


3. 순전사(順纏絲)와 역전사(逆纏絲)의 나선(螺旋) 운동
  태극권 수련을 자세히 보면 마치 실을 뽑아내는 듯한 형상이 자주 나온다.
태극권의 이러한 독특한 동작을 `전사경(纏絲勁)'이라고 표현한다.

권보에 있는 `운경여추사(運勁如抽絲)', `운경여전사(運勁如纏絲)', `묘수일운일태극(妙手一運一泰極)' 등의 표현이 이것을 의미한다. 회전과 직선 운동이 결합되므로, 자연스럽게 일종의 소라무늬와 같은 형상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움직임이 좌우 양손에서 일어나면 마치 태극의 형상과 흡사하다.

전사는 크게 나누면 안쪽으로 감겨 들어오는 것과 밖으로 감겨 나가는 것 두가지가 있으며, 세분하면 좌우, 상하, 내외, 대소, 진퇴 등의 전사가 있다.

전사경을 수건을 비틀어 짜는 동작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왼발이 앞을 향하는 궁보 자세에서 전사경은 왼발을 통해 쥐어 짜 올라와서 등을 통과하여 오른팔에 이르러 타격을 가하게 된다.

이러한 전사경은 다리와 전체 몸의 움직임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근육의 굳은 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제대로 이완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무작정 수련하면 얻을 수 없다.

따라서, 태극권의 원리에 입각하여 올바르게 수련해야 한다.


4. 입신중정(立身中正), 상하상수(上下相隨)의 허실(虛實) 운동
  중정(中正)은 태극권의 이론 중에서도 핵심 내용에 해당한다. 이것은 상체와 하체가 어울릴 때 언제나 곧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태극권에서 사지의 움직임을 깃발에 비유하면 척주(脊柱)는 깃대가 되는데, 중정을 통해 깃대가 되는 척주가 언제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상체를 곧게 유지하되 긴장을 없애고,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

또한 허와 실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실이 되는 다리와 허가 되는 다리의 구분을 의미하기도 하고, 상체와 하체의 허실 구분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체의 허실 구분은 태극권 보법의 핵심 내용이 되며, 그것을 올바로 수련하기 위해서는 하체의 근력도 아울러 요구된다.

허실 구분을 명확히 하지 못하면 `영활성'을 얻기 어렵다. 수련시에 이러한 경우를 `쌍중(雙中)'이라 하여 금기시한다.


5. 요척대두(腰脊帶頭), 내외상합(內外相合)의 절절관관(節節貫串) 운동
  태극권에서는 모든 동작이 허리에 의해 이끌어지며, 내부와 외부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어느 하나가 움직이면 전체가 움직이는데, 이 때 그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 척주이다.

척주는 상하좌우의 중심에 위치하여 모든 동작을 주도하며, 또한 그 흐름을 전달하는 중추적인 작용을 하게 된다.

모든 동작은 수련자의 의식이 밖으로 표출되므로 내부와 외부가 합하게 되며, 동작 하나의 움직임마다 전신이 함께 움직이며 나선식 움직임(전사경)과 함께 관절 하나하나를 통과하게 되므로 절절관관의 운동이 된다.

따라서, 태극권을 수련하면 전신의 관절이 사용되고, 모든 부위가 자극을 받게 되므로 태극권을 이른바 `스스로 하는 안마(Self-Massage)'라고도 한다.


6. 상련부단(相連不斷), 일기가성(一氣呵成) 운동
  태극권의 모든 동작은 흐르는 물처럼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
동작은 연속되어져 끊임이 없고, 동작 사이에는 간격이 없다. 이는 밖으로 드러나는 동작 뿐만 아니라 그 동작을 주관하는 의식의 흐름에도 끊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극권은 시작부터 끝까지 일식(한동작)에 이어서 다시 일식이 이어져서 전체가 하나의 기(氣)로서 이루어진다.

이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태극권을 흔히 장강의 흐름에 비유한다.
장강이 유유히 흐르듯이 태극권의 초식들이 연이어 계속되며, 기(氣)의 흐름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7. 종유도강(從柔到剛), 종강도유(從剛到柔)의 강유상제(剛柔相濟) 운동
  태극권은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강인함 속에 부드러움이 존재하고, 부드러움의 안에 강인함이 존재하여 서로 상호 작용를 이룬다.
태극권의 강인함은 근육의 굳은 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올바르게 이완된 상태의 신체에서 순행하는 기의 흐름을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태극권의 강인함은 부드러움을 지극히 수련해서 얻어지는 강인함이다. 수련할 때 위에서 언급한 특징들을 유념하여 인내심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하여야 한다.


8. 종만도쾌(從慢到快), 종쾌도만(從快到慢)의 쾌만상간(快慢相間) 운동
  태극권에는 느림과 빠름이 모두 존재한다. 동작이 변화하는 순간은 보통 느려지다가 변화가 끝난 다음에는 다시 빨라지는데 이는 전사경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태극권을 처음 수련할 때는 여러 가지 요결들을 지키며 동작을 정확히 연습해야 하므로 느리게 수련하는 것이 좋다.

실력이 늘어남에 따라 수련시간은 약간씩 빨라질 수 있으며, 최후에는 의식의 흐름에 맞추어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수련을 거친 후에는 대련시에 상대방의 움직임에 맞추어 빠르고 느림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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