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과 태극권(2)
산(山)과 태극권 (1)에서 계속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산(山)과 태극권 (1)편에서 재미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써내려 간 이유가 있다. 여러분들이 태극권을 수련하면서 발생하기 쉬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내가 산에서 겪었던 일들과 흡사한 경우들을 종종 보아 왔기 때문이다. 나의 산에서 겪었던 문제점들을 태극권의 경우에 비유하여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자 한다.
*** 문제점 1) 급히 서둘러 하산을 하려던 마음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다. 산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해서 집에서 식구들이 기다릴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여유가 없이 당황하여 이러한 사태를 맞이한 것 같다.
태극권의 경우
한국인의 특징 중에 하나가 ‘빨리 빨리’ 라는 이야기를 여러 매체를 통하여 종종 듣곤 한다. 태극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본인들이 현재 배운 권법이 제대로 완성이 되지 않았는데도 다음 단계의 권법을 배우기를 갈망한다. 모두들 너무 조급한 것 같다. 사실은 권법 하나가 제대로 완성이 되면 나머지 것들은 쉽게 풀리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빨리 배울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고 수없이 설명하여도 모두들 마이동풍이다.
예전에 가르치던 회원 중에 노가 1로를 끝내자마자 다음 진도를 가르쳐 달라고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노가 1로는 태극권에서 매우 중요한 권법이니 교정을 한 후에 다음 진도를 나가겠다고 하였다. 그 이야기가 있은 후 그 회원을 도장에서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후 들리는 소문으로는 관장이 교정이라는 명목으로 너무 진도를 느리게 나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경우는 태극권 뿐 만의 일이 아니고 배움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흔히 겪는 시행착오가 될 것이다.
나는 10년 째 진소성 노사님께 1년에 두 번, 6월과 12월에 길게는 한 달 짧게는 1주일이나 2주일씩 중국 진가구에 가서 태극권 지도를 받는다. 내가 아둔해서 그런지 아직도 수련의 많은 시간을 노가 1로에 중점을 두고 교정 받고 있다.
(진소성노사님께 '노가 1로'를 교정을 받는 필자)
한국인의 기준으로 보면 나는 정말 멍청하고 아둔한 수련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작년 겨울 회원 3명과 함께 진가구에서 진소성 노사님께 수련을 받을 때 일이다. 그 때 우리와 함께 수련한 40대 후반의 중국인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다. 이 분은 중국 정주시 부근의 평정산시에 사는 사람이다.
이 여자 분은 나와 같이 일 년에 2차례 여름방학 과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한달, 두달 씩 14년 째 진소성 선생님께 지도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여자 분 역시 나와 같이 노가 1로를 교정 받고 있다. 그분께 내가 왜 새로운 진도를 안배우냐고 물어보니 노가 1로도 제대로 완성이 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투로를 배워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오히려 반문을 한다. 정말 만만디를 생각하게 하는 중국 사람들이다. 이 여자 분의 이야기를 들은 우리 회원들이 이 번 겨울 수련에는 우리도 노가 1로 하나만 교정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태극권 수련에 있어서 중국 사람들의 만만디는 우리 모두 배울 필요가 있는 것 같다.
*** 문제점 2) 하산 시 지름길을 택하여 등산로가 아닌 곳으로 내려가다 오히려 위험에 직면하고 내가 찾아 가야할 방향을 잃어버렸다.
태극권의 경우
총회 도장에 지도자과정을 개설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 온다. 얼마 전에도 한 부부가 총회도장에 상담 차 방문하였다. 현재 타 무술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태극권이 전망이 좋을듯해서 전업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자기 부부는 현재 시간이 없기 때문에 6개월 정도에 모든 과정을 마스터 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상당히 큰 금액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유럽에서 타무술 수련자에게 태극권을 지도하는 필자)
그래서 나는 태극권을 6개월에 마스터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아무리 짧게 잡으셔도 3년 이상을 열심 수련해야 태극권 고유의 품격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그 부부는 자기들은 무술에 오랜 세월을 몸을 담가 온 사람들이다. 너무 그렇게 기간을 오래 끌지 말고 속성과정으로 전수를 해달란다. 그러면서 아까 제시한 금액보다 돈을 더 드릴테니 비급을 공개하시면 안되겠냐는 이야기를 한다. 나는 할말을 잃고 나는 아직까지 진소성선생님께 비급을 배우지 못했으니 다른 선생님을 찾아보라고 하며 상담을 마친 적이 있다. 그날 밤 나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거절한 돈이 눈앞에 어른거려서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후회를 하였다.^^
태극권을 마스터하는 지름길이 있을까? 왕도는 있을까? 하고 묻는 다면 나의 대답은 NO 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옛 사람들의 속담이 생각이 난다. 태극권을 마스터하는 지름길은 꾸준히 수련을 하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 이외에는 없을 것이다. 정작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오늘 아침 비가 내린다는 핑계로 아침 수련을 빼먹는다.^^ 정말이지 나는 아직도 많이 반성해야할 것 같다.
(산에서 태극권을 수련하는 필자)
*** 문제점3) 관악산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 오래전에 직장에서 관악산 종주를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이 때에는 관악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일행이 있었고 게다가 날씨도 맑아 등산객도 많았기 때문에 종주하는데 문제점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 때 경험으로 관악산은 그저 평범한 동네산이라는 인식이 내 기억에 각인되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예전에 산에 많이 오른 경험도 있고 해서 자만심에 부풀었던 것 같다. 때문에 관악산을 오를 때도 산입구에 서있는 표지판이나 등산도를 비웃듯이 지나쳤던 것이다. 왜 나는 산에 대해 잘 아니까!
태극권의 경우
요사이 공원에서 노인들이 모여서 천천히 태극권을 수련하는 모습을 TV 에 종종 보곤 한다. 이러한 미디어의 효과 때문인지 문의 전화도 많고 도장에 입문 차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입회원서를 쓰면서 몇 개월이면 태극권을 마스터 할 수 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예상외로 많은 점에 적잖게 당황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나는 속으로 무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무술을 많이 수련했다고 자부하는 분들의 입에서 그러한 소리를 들을 때 나는 정말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태극권에 입문하시는 분들 중에 꽤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이미 여러 무술에 접한 후에 태극권에 입문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런분들의 특징은 자기가 수련한 무술에 대해 자부심과 애착 상당히 많다. 그래서 그런지 태극권을 배울 때 자기가 배운 무술의 틀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나 역시 예전에 소림권을 오래 수련했었고 이후 태극권을 배웠다. 이 때 나는 태극권역시 중국무술이고 내가 오래 수련한 소림권과 같은 북파 권법의 한 종류이므로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태극권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생각은 태극권을 배우고 1년이 지나서야 하나를 버려야 하나를 얻는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깨닫고 바뀌게 되었다.
(대학시절 소림권을 수련하는 필자)
무술을 오래 수련하신 분들께서는 예전의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태극권을 수련한다면 결코 태극권의 일부분도 알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이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이야기 하고 싶다. 쉽게 한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태극권에서는 기존에 우리가 사용하는 힘(졸력)을 버리고 새로운 힘을 배우게 된다. 무술 경험이 없는 분들은 배우는 속도도 느리고 이해도도 떨어지지만 그런대로 적응을 하며 새로운 힘을 배우려고 접근을 시도한다. 하지만 타 무술에 익숙한 분들은 자기가 배운 무술의 틀에 거꾸로 태극권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수련하시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게다가 자기가 예전에 배운 무술의 여러 가지 틀을 버리지 못하고 태극권을 수련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전 것이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점은 많은 수련자들이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보기에 힘없이 흐느적거리는 듯한 태극권, 그러나 막상 그 내면에 들어가면 지켜야할 여러 가지 요결들, 의념의 사용, 방송, 내기의 사용 등등 하나도 만만한 것이 없는 게 태극권이다. 그리고 무술에서도 역시 왕도는 겸손인 것 같다.
산(山)과 태극권(3)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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