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과 태극권
오늘은 수능 시험일이다. 작년에 큰 아이가 수능을 치렀고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내년에는 둘째 아이가 수능 시험을 치른다. 둘째 아이 수능 시험이 이제 1년밖에 안남았다고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얼마 전에는 교원 임용고시가 있었는데 우리 도장에도 몇 분이 교원 임용고시를 치렀다. 임용고시를 치른 회원들에 말에 의하면 교원 임용고시도 경쟁률이 심해서 이제는 재수, 삼수는 기본이라고 한다. 요사이는 모든 부문에 경쟁이 너무 심하다. 어제 한겨레신문을 보니 구로지역 환경 미화원 채용 시험이 35: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내용이 보인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옛날 같으면 그냥 하라고 권해도 싫다했을 만한 환경미화원이 60세 까지 정년을 보장받는 안정적인 직업으로 부상되어 고학력자도 많이 응시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와 있었다.
어쨌든 오늘은 수능 시험일이니만큼 모든 수험생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하면서 이글의 주제인 수험생과 태극권의 관계에 대해 글을 써보기로 한다.
처음 도장을 개설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의 일이니 10 여 년 전쯤이다. 그때 만해도 일반도장의 주수입원은 고등학생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도장개관 직후 도장 운영이 힘이 드는 시기였지만 고등학생들을 입관시키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고등학교 1학년 까지만 해도 부모님의 기대를 받았던 내가 중학교 때부터 수련했던 소림권에 심취해 공부를 등한시 하게 되었던 기억이 있어서였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에 소림권을 수련하였던 것이 공부에 방해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인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고등학생들의 입관은 철저히 금지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고1 학생과 어머니가 같이 도장에 문의를 하러 왔다. 학생은 고 1이고 공부도 아주 잘한다고 한다. 그러나 몸이 너무 약해서 체력을 키워야 할 것 같아서 도장을 알아보다 이곳을 찾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생을 받지 않는다고 말씀을 드리니 계속 부탁을 하신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이라는 단서를 받고 입관을 시켰다. 이후 학생은 꾸준히 수련을 하였고 학생의 어머니도 가끔 도장에 찾아오셔서 별문제 없이 공부도 잘하고 체력도 좋아진 것 같다며 계속 잘 부탁드린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어느 날 고등학생 회원이 친구 두 명을 데리고 왔다. 자기 친구도 공부도 아주 잘한다며 자기가 태극권을 배운다니 친구들이 같이 배우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단다. 그래서 나는 무심코 입관을 받았다. 두 학생이 새로 들어온 지 한달 쯤 지날 무렵 나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 자기 아들이 이곳을 다니는데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하며 우리 아이가 좋은대학 못가면 당신이 책임질거냐며 막말을 한다. 생각 같아서는 나도 막말을 하고 싶었지만 나의 어린 시절의 나의 부모님의 입장을 생각하고 참았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두 명의 학생에게 도장에 나오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한 학생은 자기는 별문제가 없으니 계속 다니고 싶단다. 나는 너도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상의하자고 하니 그 학생 역시 도장을 그만 두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지금까지 부모님과 함께 상담을 거치지 않은 고등학생의 입관은 받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태극권을 수련하면서 공부를 하면 방해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사실 우리 도장에서 태극권을 수련하면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회원들이 많이 있었다. 지금도 우리 도장에는 서울대 법학과 학생이 태극권을 수련하면서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십 여 명의 박사들도 이곳에서 태극권을 수련하였다. 이런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태극권이 공부에 많은 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회원들의 태극권이 공부에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를 한 것 중 가장 많은 공통분모였던 세 가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자 한다.
1.집중력이 향상된다.
태극권을 수련하였더니 집중력이 향상되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태극권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수련하는 운동이다. 즉, 태극권은 몸의 동작에 정신을 집중 시켜야 하는 운동이다. 실제로 처음 태극권을 수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한 동작 한 동작 집중하다보면 모든 잡념을 잊어버리고 동작에만 집중하게된다는 공통적인 경험들을 얘기한다. 그러면서 자기도 공부를 하면서 집중을 한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사실은 제대로 집중을 못한것 같다면서 태극권을 하면서 집중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태극권수련 시 집중을 하지 않으면 자세가 흐트러지는 경험을 태극권 수련자라면 누구나 겪어보았을 것이다.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태극권을 잘 활용하면 집중력을 기르는데 실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2.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수험생들은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대학에 다니는 우리 아이도 수능 일을 얼마 앞두고는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을 내고 과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해서 부모인 나도 같이 힘들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시험 스트레스 때문이다. 스트레스와 태극권의 관계에 대해서는 KBS 일요스페셜 ‘술, 담배, 스트레스에 관한 첨단보고서’에서 방영된 부분을 인용한다.
***우리 몸이 말하는 스트레스 해소란 긴장을 이완시킴으로써 스트레스 반응을 억제하는 것이다. 운동은 좋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유산소운동이 좋다고 말한다. 연구 결과 장기적으로 혈압과 맥박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명상도 전문가들이 권하는 좋은 방법이다. 명상은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 신체 내부의 기운(氣運)을 살피는 것이다. 명상의 가장 큰 효과는 ‘타입 A’의 성격을 ‘타입 B’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혈압을 낯추고 맥박을 떨어뜨리는 운동.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자세를 바꿔주는 명상. 이 둘의 효과를 동시에 가질 수는 없을까? 움직이는 명상 또는 움직이는 선(禪) 이라고 불리우는 ‘태극권(타이치)’이 바로 그것이다.***
3. 체력이 향상된다.
마지막으로 공부를 잘하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건강한 신체는 모든 인간 활동의 기본 요구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조건에서 누가 의자에 끈기 있게 오래 앉아서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한 번 자리에 앉으면 계속해서 몇 시간이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체력이 필수라는 이야기를 한다. 모든 운동이 체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많은 회원들이 태극권을 권장하는 이유는 수험생들이 그동안 체력보강을 위해 수련하였던 타 운동에 비해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태극권은 많은 체력을 요구 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소박하기 그지없는 운동이다. 하지만 운동이 끝나고 난 뒤 오히려 운동전보다 몸의 상태가 더 좋아 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태극권은 일반운동처럼 힘을 소모하는 운동이 아닌 힘이 보충이 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체력을 키우기 위한 방편으로 일반 운동을 한 후에는 호흡이나 몸의 긴장도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에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태극권 수련을 마친 후에는 바로 공부에 임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회원들의 태극권 예찬론을 자주 듣곤 한다. 확실히 수험생들의 체력보강에는 태극권이 가장 효율적이고 적합한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직 몸과 마음이 성숙되지 않은 고등학생 시기에 태극권을 수련하게 할 경우에는 많은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시기에 혹여 무엇인가에 빠져 버리면 공부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나의 경우가 그렇다. 이 시기에 속한 학생들 지도 방법은 참장공이나 기본공 등을 이용한 체력보강 위주의 지도가 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요사이 뇌호흡, 마음공부 등 수험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수렵법 들이 등장을 하고 있다. 이제 태극권도 수험생들을 위한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태극권 지도자들이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아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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